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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장흥 "천관산" 자락 '소몰이' 소녀, 창원 "천주산"..
문화

장흥 "천관산" 자락 '소몰이' 소녀, 창원 "천주산"에 완숙한 '시인'으로 피어나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4/06/25 17:10 수정 2024.06.26 09:14
- "지제영산 천관산의 문향, 창원 천주산에 꽃피다"
- 고단한 삶 속에서 찾은 휴식처, 시

문청 오난희 시인(사진_굿모닝전북신문)

[굿모닝전북신문=오운석기자] 호남제일 지제영산 천관산은 장흥지방의 수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준 명산이다. 

 

한반도의 정남쪽 장흥은 빼어난 산천의 영기를 받아 기행가사 문학의 선구자 기봉 백광홍, 호남 실학의 선구자 존재 위백규를 지어냈다. 20세기 들어 현대 문학의 거장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이 배출되었고, 시인, 수필가, 소설가 등 후기지수들이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문림(文林)의 고장이다.

 

이러한 장흥의 유구한 문학사적 배경과 천관산과 남해 회진항이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시인 오난희는 70년대 초반 장흥군 대덕읍에서 태어났다. 농부의 1녀3남 중 장녀로 태어나 부모님의 '살림 밑천'으로 사랑을 독차지 하면서 소몰이, 나물캐기, 천렵 등에 빠지지 않고 따라디니며 천진한 소녀로 자라났다..

 

문청 오난희의 시가 탄생하는 DNA는 바로 이러한 자연환경이 모태가 된듯하다. 천관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별의 속삭임, 회진항의 강렬한 태양과 통통거리는  뱃고동 소리에서 생성된 듯 자연향이 묻어나는 서정적 시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시는 어린 시절 고향의 산과 바닷가, 그리운 아버지를 소재로 다룬 시가 많다.

 

문청 오난희의 시 《비와 소몰이 소녀》에는 천진한 소녀적 고향집 마당에서 비를 맞는 추억을 회상하며, 이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누님' 같은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인다. 

 

비와 소몰이 소녀

 

촉촉한 단비가 내렸다
여러 날 몸살을 앓더니
기지개를 켜며
힘차게 내렸다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단비에
여기저기서
좋아라
아우성이다

후두두 후두두
이 비 그치면 임 오시려나
훌쩍 커버린 아이처럼
어린 소녀는 엄마가 되어있었다

....//, .....//, ....//


네가
소녀를 찾아 주었구나!
푸른 초원에 소몰이 그녀가 웃는다

그리고 내가 웃는다
엄마가 되어버린 그 소녀가 웃는다.

 

시인은 푸른 향이 물씬한 들판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사슴처럼 내달리던 소녀였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고 추억한다.

'소몰이 소녀'의 가슴엔 무엇이 감춰져 있을까? 아버지의 구부정한 등짝과 눈망울 커다란 누렁소의 단단한 등짝이 오버랲된다고 한다.

 

시인에게 허리굽은 아버지의 헛헛한 웃음 소리가 기억에 아픔처럼 고여 어두운 밤이되면 출렁인다고 한다.

 

아버지를 그리는 시 《가을 바다 》는 '아버지를 닮아가는 작가 자신'을 노래하고 있다.

 

가을 바다

오늘 왠지 그대가 그립다
푸른 바다에서
가을 낚는 늙은 어부!

수 천번 수 만번
그물질을 해 퍼올린 가을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이다

내리사랑

자식은 언제나

슬픈 고뇌를 삼키 듯
아픔과 희망을 동반하는
가을을 잉태하는 고통이다

 

가을바다
어느 해처럼 여전히 푸르건만
당신의 깊고 넓은 사랑 가름할 길 없어


바다 위를 동동 떠다니며

오늘은 왠지
가을 낚는 어부가되고 싶다

 

가을 낚는 늙은 어부는 분명 내 아버지다. 가을 낚는 어부가 되고 싶다의 어부는 작가 자신이다. 아버지와 화자의 일심동체로 동화되어 가는 모습에서, 작가의 아버지를 그리는 사랑은 지극한 애절함, 간절함이 베여 있다.

 

어느덧 내가, 작가가 부모의 마음이 되어 있음을 발견한 시다.

 

이토록 여린 딸, 문청 오난희는 《시절 연인》 을 통해 또다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놀라운 반전이다. 현실로 돌아와 사랑의 아픔을 위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현 세태의 사랑에 경종을 울리는 시라고 말하고 싶다. 문자나 톡 한 문장으로 헤어지고 만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사랑에 사형 선고를 내리고 있다.

 

준엄한 판결문 같은 시, 《시절 연인 》을 보자

 

시절연인


떠날 걸 알면서도
붙잡지 못했습니다.

충동적으로 사랑하고
말없이 떠나버린 그대지만

낙엽처럼
빈가슴으로 울어도 좋을
그런 사랑을 해보았으니...
괜찮습니다.

차라리...
즈려밟은 아픔을 견디며
떠나는
가을 낙엽같은
그대를 보았기에...

굳이 이별이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난희 작가의 이 시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데쟈뷰 현상'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는 죽어도 아니 눈물을 흘리오리다'라는 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떠오르게 한다.

 

"떠날 걸 알면서도 붙잡지 못했다"라는 싯구절은 '떠나지마라'는 역설적 의미가 강하다. 작가의 진짜 속마음을 감추는 수사다.

"굳이 이별이라 말하지 않겠다"고 표현한 대목 역시 역설적이게도 그를 향한 사랑의 절규가 아닐까?

 

그만큼 시와 사랑에 있어서도 세상을 다 읽어내듯 "문청 오난희'" 무르익은 시가 세상에 빛을 발하고 있다. 

 

시절연인(사진_굿모닝전북신문)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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