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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해윤 김지연 시인의 "치열한 열정"과 이별 뒤 찾아 온 "사랑의 용서"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4/06/28 18:41 수정 2024.06.30 17:17
- 기다림과 느림 속 쉼터가 있는 시
- 자연의 순리를 따라 순수 열정으로 피어나는 시

해윤 김지연 시인(사진_굿모닝전북)

[굿모닝전북신문=오운석기자] 해변 소라껍질, 파도를 나르는 갈매기, 바위에 부딪히는 하얀 포말에도 해윤 김지연은 바다의 전설, 태곳적 소리를 기억해 내는 뛰어난 감성을 지닌 시인이다.

  

해윤은 시 제목 하나에서 열, 스물의 소재를 캐어내고, 분석하고, 또 뒤집어보는 집요함을 보인다. 시인의 시 <<열정>>에서 양귀비 꽃을 해독하고, 보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간절히 타오르는 불꽃에서 따가운 봄볕에 붉게 그을린 양귀비를, 뜨거운 열정을 발견해 누에가 실 뽑듯 뽑아 낸다.  사물을 바라보는 잔잔한 눈이 어느 순간 '긴 호흡과 느린 걸음'으로 마침내 나비를 찾아내 듯 그렇게 그를 향한 사랑도, 미련도 숨죽인 고요로 스스로 침잠케 하는, 순수 시인 해윤이다. 

 

해윤 시의 강점은 가파른 오르막 길을 걷다 숨이 가빠올 때 쯤이면 쉼터가 나오고, 옹달샘이 있는 정자가 나온다는 점이다.

 

호숫가를 걷다 발견한 붉은 양귀비를 보면서 문득 시인이 숨을 쉴 자리, 앉을 자리를 찾아내듯 편안하게 작품을 창작하고 독자들의 마음을 쉬게 해준다는 점에서 작가의 따사로운 시들이 편안하다는 생각이다.

 

열정


사랑은 꿈 같이
바람 붙들어 살랑거리고

봄볕 그을린 양귀비 꽃
간절히 타오르는 불꽃 같아

 

길고 느린 호흡
붉은 물결에 갇혀 수줍게 웃고
이파리에 앉아보는 나비
꽃처럼 곱게 눈을 뜨네

 

까딱하지 않을 구름 이고
타오르는 아지랭이같이
물결치는 꽃송이

꽃내음 가득 싣고


바람에 비껴가는 순정
숨죽인 고요가 나를 부르는데

 

해윤 김지연 시인(사진_굿모닝전북)

해윤의 <<떠나자>라는 시를 보자.

 

해윤은 감기걸린 아이가 열꽃으로 '애자지게 보채듯' 시인의 몸뚱이를 '애자지도록 보채, 영혼의 실타래'를 끌어내 어린시절 동무들과 추억을 소환한다. 다시 그 시절로 갈수는 없는가? 묻는다.

 

파란하늘 부벼대는 가슴 / /언저리에 네가 있고 내가 있는 곳// 떠나자!고 선동하듯 답한다.  

 

정지용 선생은 <<절정>>이란 시에서 

"석벽에는 주사가 찍혀있소.//이슬같은 물이 흐르오//...//...//...//... 상현달이 사라지는 곳//쌍무지개가 다리 디디는 곳//...//......" 

 

석벽에 붉은 글씨가 씌어 있고, 계곡엔 맑은 물이 흐르는 곳, 산 너머로 상현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쌍무지개가 다리를 딛는 곳에서 삶의 절정을 보았다면 

해윤은 바위틈에 숨어 술래잡기 나섰던 어린시절 놀던 기린 봉 중바위를 잊혀진 기억의 저편에서 끌어내  '힘들고 험난했던 삶' 을 떠나고 싶은 열망으로 시세계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떠나자

 

떠나자 바람부는 언덕으로
언제나 그랬듯
솔향기 맡던 그날로


파란하늘 부벼대는 

가슴
그 언저리에 

네가 있고 내가 있는 곳


중바위 틈 네가 숨어
술래잡기 나선 꿈의 터전

바람도 햇살도 좋은 날


큰 나무 그늘 아래
바람과 춤을 추고

우산 펼쳐 얼굴 가리던

어제로 떠나자


골목길 깡패들은 곡선이 없다. 무조건 상대의 급소를 직선으로 가격해 승리를 취하는데 열중한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싸움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싸움의 도는 있다. 승자는 패자를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배려와 기백이 있다는 뜻이다.

 

해윤의 <<님 생각>> 시는 한발 두발 '조용한 걸음 , 느린 호흡' 속에서 치열하다 못해 눈에서 핏물이 흐르듯 사물을 관찰하고 자신의 내면을 레이저로 쏘아 마치 골목길 깡패들의 직선적 싸움과 닮았다. 

 

포석 조명희 선생의 <<무제>>라는 시를 보면 

"어둠에 사는 자는 희미한 빛을 바라지 않는다"//그보다 큰 광명이 아니면//차라리 큰 어둠을 바란다//라고 말하고 있다.  

 

은근히 곡선으로 천천히 돌아서 오는 빛이 아니라 직접 조사되는 빛을 바라고 있다는 말이다.

 

포석의 광복을 바라는 마음과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어도 해윤은 그리운 님이 요즘말로 문자나 보내는 게 아닌 온전히 나타나 주길 원하는 마음을 직선적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사실 곡선으로 빙 돌아서 표현하고 있다. 

 

노작 홍사용 선생의 <<봄은 가더이다>> 3연, 

봄은 오더니만, 그리고 또 가더이다//꽃은 피더니만, 그리고 또 지더이다// 님아 님아 울지 말아라//봄은 가도 꽃도 지는데//... ... ... //님은 웃더니만, 그리고 또 울더이다.  

 

오는 것은 가고 가는 것도 돌아온다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하는, 그러니 님이 떠난다고 울지마라. 님도 웃더니만 다시보니 울더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해윤의 <<님 생각>>을 꿰뚫는 혜안이 보이는 시다.

  

이토록 해윤 김지연의 시는 사랑을 포기하듯 기다리듯 한다. 가는 잎새에서 슬픔의 무게를 잴 줄 알고, 연분홍 빛 가녀린 선을 따라 선율을 켜듯 님을 향한 마음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 방울방울 이는 고독속에 소박한 배신의 사랑도 이방인의 눈물로 승화해 내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대합 뱃속에 모래알이 오랜 세월 지나 진주로 태어나 듯 그녀의 사랑도 아픔도 모두가 주옥같은 시로, 진주로 다시 태어난다. 느림과 기다림의 성공이다.

 

님 생각 

 

가지 끝 잎새에 이는 향기
슬픔의 무게를 아는지


매달려 가는 것들의 아침
연분홍 이파리 따라
그대 숨결도 유랑을 나서네

 

봄 닮은 순수 시절
그대 숨쉬던 그날처럼
바람인 듯 맴돌다 가겠지

 

문득 님 생각에
방울방울 고이는 고독!


한 계절 끝자리
소박한 약속은

이방인의 눈물되어

긴잠 흔들고 가는데

 

해윤 김지연시인(사진_굿모닝전북)

***** 시인 공석진은 해윤의 두 번쨰 시집 '밤에 건너온 편지" 에 대해  "평생을 그리움 속에서 아파하는 시인은 고독한 여인", "인연"라는 굴레속에서 끝없이 사유하며 써 내러간 그녀의 시는 어두운 밤하늘에 반딧불과도 같다고 했다. 해윤의 두 번째 시집 전편에 흐르는 뭇사람들과의 인연은 혹여 그 인연이 시절 인연이라고 해도 감내하는 아픔이 엿보여 깊은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했다. 시는 영혼의 지문이다고 말하고 있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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